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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떠난 온달의 비극 - <바보 온달> 이현주 장편동화

anbi1004 2018. 12. 4. 14:13

 

  이현주 작가님 손을 통해 재탄생한 온달 이야기인 <바보 온달>은 역사와 옛이야기에 작가적 상상력이 더해져 새롭게 빚어졌다.

   뭘 얼마나 바꾸었을까? 그래봐야 원전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런 물음표들이 오만하고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채 몇 분이 걸리지 않았다. 책을 펼치는 순간 손에서 놓아지지 않을 만큼 탄탄하고 깔끔한 전개에 금새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질문하는 사람이라고 했던가? 그래서 작가는 질문한다. 장군 온달은 행복했냐고?

 

   "수풀은 언제나 건강하다. 부러진 나무에서는 밤 사이에 새순이 돋아나고, 벌레가 갉아먹은 나뭇잎 밑에는 새 나뭇잎이 푸르게 자라나고 있다. 수풀은 끝없이 상처를 입으며, 그러나 그 상처를 스스로 훌륭하게 치료하며, 그리하여 그 상처를 자랑하며 언제나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 p.61"

 

   작가가 가장 들려주고 싶은 말이 아닐까 싶은 구절이다. 그래서인지 이 구절에서 잠시 생각이 머물렀다. 바보라 놀림 받으며 끝없이 상처 입던 온달은 수풀 속에서 스스로 치유하며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가 자연이고 자연이 그였기에 어떤 상황 속에도 싱싱한 생명력을 잃지않고 살아갔다. 그래서 그는 행복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의 행복을 인정하지 않는다. 다수가 생각하는 성공이 강요되는 순간 온달은 더이상 온달일 수 없었다. 자기 얼굴을 잃은 온달은 스스로가 꿈꾸는 행복이 아닌 아내인 평강이 선택한 행복에 맞추어간다. 그렇게 자연을 잃고 순수를 잃은 온달. 그의 죽음은 온달을 온달로서 살아갈 수 없게 하는 세상에서 그를 구원하는 유일한 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죽음에 슬퍼하기 보다 오히려 안도하기도...

   내 가슴 속 꿈틀거리는 행복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가? 진정 나를 나답게 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