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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속에 뭍어나는 가족애 - 동화 <다섯시반에 멈춘 시계>를 읽고

anbi1004 2018. 11. 6. 16:00

 

동화<다섯 시 반에 멈춘 시계>는 시계가 쌀에 버금가는 고가품이던 시절 친구 시계를 빌려차고 간 주인공 인규가 공중화장실에 시계를 빠뜨리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이야기이다. 값비싼 시계를 잃고 생병이 난 손주를 보듬는 할머니 손길은 빠르게 움직인다. 쌀 다섯 말 값을 주고 헌시계를 새시계로 물어준 할머니와 어머니 수고가 무색하게 인규는 시계를 일부러 감추어 팔아먹고, 서울에서 놀러온 형 시계까지 훔쳤다는 엉뚱한 누명을 쓰게 된다. 결국 인규 누명을 벗기기 위해 공중화장실 똥을 직접 퍼서 시계를 찾아나서는 아버지. 가족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한한 사랑과 포옹이 뭉클해지는 이야기다.

  똥에 얽힌 사연 한두 가지쯤 없는 이가 있을까? 어린 시절 재래식 화장실에 밤늦게 갈 때 생각나는 귀신 이야기 때문에 떨었던 일들, 학교 재래식 화장실이 어두워 발이 빠지는 아이들이 종종 있곤 했던 일들... 책을 읽어가며 그저 많고 많은 기억 속 단편들에 불과했던 일들이 추억이라는 예쁜 이름을 얹혀져 소환된다. 그와 동시에 따뜻해지고 미소가 번진다. 그리고 나의 어린 시절이 제법 그럴 듯하게 보인다. 

  공감할 수 있는, 그리고 그 공감 속에 가족애가, 보듬는 포옹이 따스함으로 다가오는, 그래서 아름다운 이야기다.

 

  "우리는 뱃속에 똥을 넣고 다니면서 가까이 볼 수 없는 시대에 산다. 화장실이 되어 집안으로 들어왔지만 똥의 행방이 묘연한 시대를 산다.

 - p.123"

 

  "똥이 좋은 거름이 되어 우리를 살리던 시대에서 똥이 소용 없는, 그래서 돈을 들여 가면서 멀리 보이지도 않는 곳으로 버려야 되는 시대로 변하는 때가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된다. - p.126"

 

  똥을 사랑할 줄 알았던 시대는 사물의 가치를 외양에 두지 않던 시절이다. 그러니 똥냄새 따위가 그 가치를 폄하하는 이유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사물의 가치를 내면에 두지 않으면서 사람들은 많은 것을 잃어간다. 보이는 것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면서 사람들은 진정한 가치를 보지 못한다. 눈을 떴으나 보지 못하는 시대가 가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