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주는 경이로운 감동 - 영화<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퀸'의 콘서트 현장을 다녀온 것같은 감동에 가슴이 일렁인다. 탄탄한 스토리나, 아름다운 영상, 화려한 주인공이 주는 감흥이 아닌 오직 음악에서 전해오는 전율에 빠져 눈물을 흘렸다. 이게, 이게 가능한 감정이었나? 놀랍고 경이로운 감흥이 신기할 따름이다.
잘 생긴 배우도,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눈물샘을 자극하는 스토리도 없다. 록밴드 퀸이 성공하는 과정이 그럴듯하게 다듬어진 것도 아니다. 프레디 머큐리의 삶이 퍽 훌륭하다 할만한 선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동네 어디에서도 마주칠 법한 평범한 청년 '파록버사라'가 이민자 출신으로 공항 수하물 노동자로 일하면서도 자신의 꿈에 당당히 다가서는 용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음악을 향한 꿈을 키워가던 중 보컬을 잃은 밴드에 새로운 보컬로 들어가면서 음악의 길에 들어선다. 본명을 버리고 ‘프레디 머큐리’라는 이름으로 밴드 ‘퀸’을 이끄는 그는 매순간 당당하고 자신에 차있다. 그져 사랑 하나면 모든 게 족한 남자였다. 음악이건, 연인이건 온 마음으로 사랑할 줄 아는 열정이 있었다. 뜨겁지 않은 자 모두 유죄라고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열정에 마음이 녹아내렸다.
영화가 상영되는 2시간여 동안 그의 삶을 함께 거닌 듯한 착각이 음악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하면서, 다음 순간 감동으로 찾아왔다. 무엇 때문에 눈물이 흐르는지 모르겠는데 음악이 가슴을 울리고 온 마음을 흔들어버렸다. 마지막 콘서트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일어나 기립 박수를 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에도 함께 상영관에 있던 관람객 중 누구 하나 선뜻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못했다. 엔딩크레딧과 함께 나오는 록밴드 퀸의 영상과 음악들을 놓칠 수 없었고, 영상이 사라진 후에도 흐르는 음악에 마음을 뗄 수 없었다. 그렇게 성별도 나이도 모르는 사람들이 하나 된 마음으로 상영관에서 남은 여운을 감내하고 있었다.
이 감동을 놓칠새라 상영관을 나오는 걸음이 무척이나 바빠야 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손놀림을 멈출 수 없었다. 일렁이는 가슴, 이 충만한 감동을 글로 담아야 했다. 이 가슴이 식기 전에 멈추기 전에....
동성애자인 프레디가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멤버들에게 알리면서 '내가 누구인지는 내가 결정해.'라고 했던 말을 잊을 수 없다. 그의 명대사와 함께 영화 속 음악에 취해 한동안 요동치는 가슴을 느껴야 했다.